COVID-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시야이상 환자에서 급성기에는 명확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이후 임상 양상의 변화로 비전형 가역후뇌병증(posterior reversible encephalopathy syndrome)을 진단된 예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특이 병력이 없는 25세 남자 환자가 양안의 시야이상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증상 발생 7일 전 BNT162b2 (Pfizer®-BioNTech, Philadelphia, PA, USA) COVID-19 백신 1차 접종을 시행받았는데, 1차 접종 후 흉통이 발생하였으나 1-2일 후 자연 호전되었다고 하였다. 이후 4주 간격으로 동일 제조사의 백신으로 2차 접종까지 완료하였다고 하였으며, 본원에는 최초 증상이 발생한 지 5주 경과 시점에 내원하였다.
내원 시 최대교정시력은 우안 0.9, 좌안 0.9로 측정되었고 안압은 우안 15 mmHg, 좌안 16 mmHg였다. 동공 부등은 없었고 동공 반응은 정상이었으며 색각검사 상 양안 모두 정상이었다. 안위 및 안구운동 범위는 정상이었으며 눈 움직임 시 통증은 없었다. 시야검사에서 양안 이측의 비대칭 시야 결손을 보였다(
Fig. 1A). 세극등검사 및 안저검사에서 양안 모두 특이 소견은 없었고 형광안저혈관조영에서도 초기 혈류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스펙트럼영역 빛간섭단층촬영 및 다국소망막전위도에서도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뇌 및 안와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에서 pineal gland에 7 mm 크기의 pineal cyst가 의심되는 소견이 보였으나 환자의 시야이상과는 관련이 없는 위치의 병변으로, 이는 단순한 incidental finding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 외 대뇌혈관 및 양안 시신경을 포함한 시각 경로의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체 혈구 계산, 혈액생화학검사, 적혈구침강속도, C반응성단백질 등을 포함한 혈액검사는 정상 범위였으며, 류마티스인자(rheumatoid factor),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ies), 루푸스 항응고인자(lupus anticoagulant), 항중성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antibody) 등의 자가항체검사도 모두 음성 소견을 보였다. 혈청 venereal disease research laboratory 등 감염 관련 혈액검사도 모두 음성이었다. 시신경염 관련 항체검사에서 myelin oligodendrocyte glycoprotein (MOG) 항체 음성, aquaporin-4 (AQP4) 항체는 간접면역형광법(indirect immunofluorescence) 및 유세포분석법(flow cytometry) 모두 음성이었다. COVID-19 감염에 대한 비인두와 구인두의 swab polymerase chain reaction도 모두 음성 소견을 보였다.
환자는 본원에 내원하기 약 2주 전 타 병원 안과에서 양안 이측 시야이상을 진단받은 후 뇌하수체 종양 의증으로 뇌하수체 MRI를 촬영한 바 있었다. 본원에서 시행한 뇌 및 안와 MRI와는 protocol이 달라 정밀한 비교는 불가하였으나, 타 병원 뇌하수체 MRI T2영상에서는 시신경교차 부위에 국소적 고신호강도가 의심되는 소견(
Fig. 2A)이 보이는데 반해 2주 뒤 시행된 본원 MRI T2영상에서는 시신경교차 내 신호이상이 보이지 않아(
Fig. 2B) 가역후뇌병증성 변화로 추정되었다.
COVID-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시야 장애로 진단하였으며, 진단 시점에서 가역후뇌병증성 변화 외에 명확한 다른 기질적인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기에 경과 관찰만 하기로 하였다. 증상 발생 2개월째 경과 관찰에서 양안 이측 시야의 부분적인 호전이 관찰되었고(
Fig. 1B), 증상 발생 6개월째 경과 관찰에서도 추가적인 시야 호전이 관찰되었다(
Fig. 1C). 추적 관찰 상 백신 접종 후 유발된 일시적인 시각 경로의 혈류 순환 부전에 의한 가역적 시야이상이면서, 특징적인 두정후두엽 병변은 동반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비전형 가역후뇌병증으로 최종 진단하였다.
고 찰
COVID-19과 관련된 신경안과적 합병증의 발생 기전은 일반적으로 3가지로 추정되는데, 1) post-viral inflammatory syndrome, 2) 과응고 및 사이토카인 폭풍에 의한 proinflammatory state의 이차적 합병증, 3) 저산소증, 고혈압 등 전신이상 등이 제시되고 있다[
1]. COVID-19과 관련된 신경안과적 합병증 중 시야이상은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상기 원인들로 인한 뇌 후방부의 순환 부전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뇌 후방부, 주로 두정후두엽의 순환 부전에 의해 시야이상 또는 visual snow와 같은 이상 시각 증상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가역후뇌병증이라 한다[
1-
3]. 순환 부전은 혈관 내피의 손상과 혈관의 수축, 그로 인한 이차적 부종 등으로 인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가역후뇌병증은 초기 신경과 영역에서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의식저하, 경련, 두통 또는 시각 증상이 발생하였다가 7일정도 경과 후 회복되면서 MRI상 주로 좌우 비대칭 혹은 대칭으로 가장 흔하게는 두정후두엽(94-98%), 그 외에도 전두엽(77-79%), 측두엽(64-68%), 소뇌(33%), 뇌간(12-20%) 기저핵(12-20%) 등 다양한 뇌 영역에서 피질, 피질하백질 또는 심부백질에 가역혈관부종이 관찰되는 질환으로 기술되었다[
2,
3]. 그러나 가역후뇌병증의 최초 증상 중 후두엽과 시각부챗살 침범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력저하 혹은 시야 장애 등 안과적 이상 발현 빈도가 10-50%로 적지 않으며 증상 양상이 시력 감소, 반맹, 피질시각상실 또는 환시 등으로 다양하게 보고되어 있어2 안과 영역에서도 관심을 요한다. 가역후뇌병증에서 보고된 안과적인 이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관적 증상으로는 양안의 시야 흐림이 가장 많았으며 그 외 복시, 단안 시야 흐림, 색각이상, 광시증, 환시 등이 있었다. 안과검사 상 시력은 시각 피질 상실에 의한 실명을 제외하면 광각에서 20/20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고, 시야는 양안의 동명성 시야 결손 형태 외에도 병변 위치에 따라 사분맹, 광범위 시야 결손 등도 보고되었다[
2,
4].
최근에는 초기 연구와는 달리 전형적인 두정후두엽 병변 없이 시각 경로에 발병된 증례들도 보고되고 있는데[
5,
6], 그 중 한 증례는 본 보고와 같이 시신경교차를 포함하여 발생하였다[
5]. 전형적인 가역후뇌병증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러한 증례들은 최근 영상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하여 "비전형 가역후뇌병증(atypical or central-variant posterior reversible encephalopathy syndrome)"으로 정의되고 있다[
5,
7]. 그에 따라 과거 가역후뇌병증의 특징적인 시야이상이었던 동명성 시야 결손에 더해 본 증례와 같은 형태의 시야이상도 진단에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개 가역후뇌병증의 초기에는 피질이 손상되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심부 백질이 침범되어 T2-강조영상, 액체감쇠 역전회복(fluid attenuation inversion-recovery, FLAIR) 영상, 겉보기확산계수 지도(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ADC] map)에서는 고신호강도로 나타나면서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 DWI)에서는 동신호강도로 나타나나, 병인이 해소되는 경우 임상 증상 및 영상학적 이상은 가역적으로 호전되기 때문에 MRI 촬영 시점과 정도에 따라서 병변의 위치가 다르거나 명확하게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
2,
3]. 본 증례의 환자도 타 병원에서 첫 MRI를 촬영한 시점이 이미 증상 발생 후 약 3주가 경과한 시점이었기에 그 영상 단독으로는 시신경교차 부위의 신호이상을 객관적으로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웠으나, 2주 후 본원에서 촬영한 MRI와 비교 분석 시 국소적 고신호강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견이 보여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최근 COVID-19 감염 또는 백신 접종 후에도 이러한 기전을 매개로 하여 일시적 이상 시각 증상이 발생할 수 있음이 알려졌으며, 반복시(palinopsia)가 발현된 환자에서 측두-후두엽의 MRI 이상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8]. 그러나 특히 본 증례처럼 증상 발생 후 이미 많은 시간이 경과하여 내원하였을 때는 질병의 정의대로 MRI 상의 병변 자체는 이미 호전된 상황일 수 있어 증상-병변 불일치를 보일 수 있다[
2]. 가역적으로 회복 가능한 질병의 특성 상 이러한 비전형적인 상황의 가능성이 보고되어 있기에 감별 진단에 있어 충분한 주의가 필요하다[
2,
3].
본 증례의 환자는 증상 발생 후 5주가 경과된 시점에서 내원하여 비록 시야이상과 명확히 일치되는 MRI 이상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이전 MRI 영상과 비교 시 시신경교차 부위 신호의 변화가 추정되는 점, 백신 접종 후 일과성 흉통 즉 혈관 수축을 시사하는 일련의 증상이 동반되었다가 단기간 내 호전된 점, 시간 경과에 따라 시야이상도 극적인 호전을 보인 점으로 볼 때 COVID-19 백신 접종 후 시신경교차 영역에 국소적으로 발생한 비전형 가역후뇌병증의 진단이 가장 합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BNT162b2 (Pfizer
®-BioNTech) COVID-19 백신만을 접종받은 후 발생한 안과적 합병증을 살펴보면 중심장액성망막병증, 상공막염, 앞공막염, acute macular neuroretinopathy, posterior acute middle maculopathy, 포도막염, 앞허혈시신경병증, 급성망막괴사, 시신경염, 대상포진 재활성화 등 매우 다양하나[
9], 본 증례와 같은 일과성 시야이상은 보고된 바는 없었다.
COVID-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안과적으로 확인된 일시적 시야이상은 단 3예로 매우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
9-
11]. 이 중 2예는 CoronaVac (SinoVac) COVID-19 백신 접종 후 발생하였고[
10,
11], 1예는 2차례의 CoronaVac (SinoVac) COVID-19 백신 완료 후 추가 접종을 BNT162b2 (Pfizer
®-BioNTech) COVID-19 백신으로 시행한 예에서 발생하였다[
9]. 증상 발현 시기는 마지막 접종 후 10분에서 48시간으로 본 증례의 환자보다는 좀 더 급성으로 발현하였고, 흉통 등 다른 동반 증상은 없었다. 시야이상은 세 증례 모두 비일치성 동명성 반맹 양상을 보여 본 증례보다는 조금 더 후부 뇌영역의 침범이 많았다. 시야이상의 지속 시간은 2시간에서 1달 이상으로 매우 다양하였는데, 1달 이상 지속된 증례는 CoronaVac (SinoVac) COVID-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환자로 본 증례처럼 서서히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11]. 기존 증례 모두 뇌 영상에서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기술되어 본 증례와 유사하게 가역후뇌병증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생각되며, 그중에서도 순수하게 nucleoside-modified RNA 백신만을 접종받은 후 발생한 시야 이상은 본 보고가 유일하기에 극히 드문 증례로 생각된다.
본 증례 보고의 제한점은 환자가 증상이 발현된 급성기에 내원하지 않아 초기 MRI가 시행되지 못해 대뇌 혈관부종 발생 및 변화 양상 유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어, 이러한 객관적인 검사 결과보다는 주로 임상 증상의 호전 여부만을 근거해 진단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극적인 가역성 자체가 질병의 가장 특이적인 요소이기에, 진단적 근거가 미흡한 상황에서도 드물지만 가역후뇌병증을 감별 진단 대상으로 고려해야 할 임상적 중요성을 시사하는 데 있어 부족함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결론으로 COVID-19 백신 종류와 무관하게 백신 접종 후에 드문 빈도로 급성 시야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감별 진단을 위해 뇌 및 시각경로의 영상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나 영상검사 상 이상이 확인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임상 증상의 호전 여부만으로도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