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교정렌즈와 근시 조절
Orthokeratology Lenses and Myopia Cont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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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각막교정렌즈는 근시진행억제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본고에서는 각막교정렌즈의 근시진행억제 원리와 무작위대조시험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밝혀진 근시진행억제 효과를 알아보았다. 단기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 하나 장기적인 효과의 지속 여부와 렌즈 중단 후 발생하는 리바운드 현상에 대한 잘 설계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각막교정렌즈를 처방하는 의사나 환자 모두 감염성 각막염을 포함한 안전성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Trans Abstract
Orthokeratology lenses are effective methods for controlling myopia progression. This paper describes the principles and effects of orthokeratology lenses, focusing on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investigating their ability to prevent myopia progression. While the short-term effects are widely accepted, further well-designed studies are required to assess the persistence of long-term benefits and the possibility of a rebound phenomenon after lens discontinuation. Additionally, both physicians and patients should prioritize safety, particularly in preventing complications such as infectious keratitis.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20%가 근시에 이환 되어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 근시 이환자들이 치중되어 분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1]. 하지만, 최근 근시 유병률은 동아시아권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50% (약 48억 명)가 근시에 이환 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근시가 시작되는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고도근시 유병률도 증가하고 있는데, 현재 전 세계 인구의 2.7%에 불과한 고도근시 유병률이 2050년에는 9.8% (약 9억 4천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2].
근시는 시력상실을 초래하는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되며 근시가 1디옵터 증가함에 따라 근시황반병증, 백내장(특히 후낭밑백내장), 망막박리, 개방각녹내장의 유병률이 각각 58%, 21%, 30%, 2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근시 정도가 증가함에 따라 일생 중 시각장애(미국 기준 20/40 이하)의 기간 역시 증가하며, -3디옵터의 근시에서는 4.42년 동안 시각장애가 발생하는 반면 -8디옵터의 근시에서는 9.56년 동안 발생한다고 추산된다[3,4]. 따라서, 근시 환자의 증가는 공중보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으며 효과적으로 근시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근시 조절을 위해 임상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각막교정렌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각막교정렌즈의 근시 조절 원리
각막교정렌즈가 근시진행을 억제하는 정확한 기전은 밝혀져 있지 않으며 다양한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다. 근시 진행의 가능한 기전으로 망막 주변부에 발생하는 원시 디포커스(hyperopic defocus)에 의한 상의 흐려짐이 안축장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유발인자가 된다는 ‘peripheral refraction theory’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망막으로부터 기인한 시각 피드백이 눈의 성장에 관여한다는 가설로 인위적으로 유발한 원시 디포커스는 안축장 증가를 촉진시키는 반면 근시 디포커스(myopic defocus)는 안축장 증가를 억제한다는 어린 닭, 기니피그, 원숭이 등에서 검증된 오래된 실험에 근거를 두고 있다[5]. 이에 더해 중심보다는 주변부 망막에서 기인한 시각신호가 더 중요하며 주변부 망막에 발생한 원시 디포커스는 안축장을 증가시키는 강력한 자극이라는 것도 실험적으로 검증되었다[6-9]. 즉, 안경이나 일반적인 콘택트렌즈로 근시를 교정할 경우 망막의 주변부에는 원시 디포커스가 발생해 지속적으로 안축장을 증가시키는 자극으로 작용하지만 각막교정렌즈는 이러한 주변부의 원시 디포커스를 없애거나 오히려 근시 디포커스를 유발해 근시진행을 억제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Fig. 1) [10].
안구의 고위수차(higher order aberration) 역시 안구의 축성 성장과 관련된 잠재적 인자이다. 각막교정렌즈를 적용한 눈은 고위수차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각막 중심부가 뾰족한 모양에서 편평한 모양으로 변하면서 양의 구면수차가 증가하고 렌즈의 중심이탈로 인해 수직 혹은 수평 코마수차가 증가한다[11]. 이렇게 증가된 구면수차 혹은 코마수차와 안구의 축성 성장 억제와의 연관성이 보고되기도 했다[12-14]. 근거리 작업 및 조절은 근시발생과 연관되어 오랫동안 기술되어 왔으며 진행하는 근시안에서는 정시안 혹은 도수 변화가 없는 근시안에 비해 조절부족(lag of accommodation) 현상이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다[15,16]. 각막교정렌즈로 증가된 양의 구면수차는 이러한 조절부족을 해소하기 때문에 근시진행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있다[17,18].
맥락막은 망막에서 공막으로 신호 전달에 관여해 안구의 초기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시화(emmetropisation)와 이후 발생하는 굴절이상과 연관성이 있고[19], 진행하는 근시안은 정시안이나 안정적인 근시안에 비해 맥락막의 두께가 얇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20]. 이에 반해 각막교정렌즈를 적용한 눈은 안경을 착용한 눈에 비해 빛간섭단층촬영으로 측정한 맥락막의 두께가 증가하고 이는 안축장의 증가 억제와 유의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21,22]. 이와 더불어 맥락막 두께의 변화는 눈의 성장과 관련 있는 망막의 도파민 레벨이나 공막의 기질 생성과 연관성이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23,24]. 즉, 망막에서 발생한 신호가 맥락막을 매개로 공막으로 전달되고 공막의 확장에 의한 안축장의 증가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동공 크기가 클수록 각막교정렌즈의 근시진행억제 효과가 크다고 보고되었는데[25], 큰 동공을 가진 눈에서는 각막교정렌즈로 보다 큰 구면수차와 코마가 유도되며 상대적으로 주변부 근시 디포커스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26].
유효성
단안 근시로 한 눈에만 각막교정렌즈를 적용한 남아에서 각막교정렌즈를 적용한 눈은 반대안에 비해 2년 동안 안축장의 증가가 적었다는 2004년 최초 보고[27] 이후 각막교정렌즈의 근시진행억제 효과에 대한 다양한 임상 연구가 진행되었다. 최근까지 보고된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각막교정렌즈가 근시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에 대한 이견은 없는 듯하다. 이에 더해 각막교정렌즈의 근시진행억제 효과는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그 효과는 장기간 동일하게 유지되는지, 렌즈를 중단하면 안축장의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는 리바운드 효과는 없는지 등이 임상 의사로서 눈 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단기 유효성
2015년에서 2016년 사이에 각막교정렌즈의 근시진행억제 효과에 대한 전향성 코호트 연구 혹은 무작위대조시험들을 포함해 메타분석한 결과들이 여러 편 보고되었으며, 각 분석에 포함된 임상시험들과 분석 결과는 상당히 유사하다. 분석에 포함된 대부분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난시가 심하지 않고 -5디옵터 이내의 근시(평균 -2디옵터 전후)를 가진 10세 전후 환아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대조군은 안경 혹은 소프트콘택트렌즈를 착용하였으며 1년 혹은 2년 동안 추적관찰 결과를 보고하였다. 메타분석 결과 각막교정렌즈는 유의하게 근시진행억제 효과를 보였으며, 각막교정렌즈를 착용한 군은 안경 혹은 소프트콘택트렌즈를 착용한 대조군에 비해 안축장의 증가가 2년 동안 0.25-0.27 mm 적었다[28-31].
한편, 최근 Tang et al [32]은 7개의 무작위대조시험들만을 선택해 메타분석을 시행하고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그 결과는 기존의 메타분석과 상당히 유사하였다. 6-16세, -0.50에서 -6.00 디옵터의 근시, -2.50 디옵터가 넘지 않는 난시를 가진 총 655안이 분석에 포함되었으며, RGP렌즈를 착용한 하나의 연구를 제외하면 대조군은 모두 안경을 착용하였다(Table 1) [33-39]. 분석 결과 각막교정렌즈는 유의하게 근시진행억제 효과를 보였으며, 대조군과 비교해 각막교정렌즈를 적용한 눈의 안축장 증가는 6개월에 0.11 mm, 12개월에 0.16 mm, 18개월에 0.23 mm, 24개월에 0.28 mm 적었다. 근시조절 효과는 6개월에 64%, 12개월에 53%, 18개월에 50%, 24개월에 47%로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였다.
장기 유효성
각막교정렌즈를 착용한 후 장기간 그 효과를 보고한 수준 높은 연구는 매우 드물다. 실제로 현재까지 각막교정렌즈의 근시진행억제에 대한 3년 이상 시행된 무작위대조시험은 없다. 일본에서 보고한 5년 동안 경과관찰 결과를 보면 5년 동안 안축장의 증가는 각막교정렌즈를 착용한 군(22명)이 0.99 ± 0.47 mm로 1.41 ± 0.68 mm의 안경 착용 대조군(21명)에 비해 유의하게 적었다. 각막교정렌즈의 안축장 증가 억제 효과는 첫 3년 동안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나 4년차와 5년차에는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각막교정렌즈를 시작한 나이가 어릴수록 처음 근시가 심할수록 근시진행억제 효과는 좋았다[40].
스페인에서는 7년 동안 장기간 추적관찰 결과를 보고하였다. 각막교정렌즈를 착용한 군(14명)의 7년 동안 안축장의 증가는 평균 0.91 mm로 대조군(16명)의 1.35 mm에 비해 적었으며 이러한 안축장 증가 억제 효과는 처음 2년 동안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각막교정렌즈 착용을 시작한 나이가 어릴수록 각막곡률이 가파를수록 보다 우수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참고로 각막교정렌즈를 적용한 군과 대조군의 안축장 변화 차이는 0.44 mm로 약 1디옵터 정도에 해당되며 이는 현재까지 보고된 임상 결과 중 가장 큰 값으로 근시진행억제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와는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41].
리바운드
각막교정렌즈 착용을 중단한 후 발생하는 리바운드 현상에 대한 보고는 많지 않으나 아트로핀 안약 치료와 마찬가지로 각막교정렌즈도 중단 후 리바운드에 대한 보고가 있어 향후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평가가 필요하다. 한 연구에서는 2년 동안 각막교정렌즈를 착용한 후 7개월 동안 중단하고 다시 7개월 동안 각막교정렌즈를 착용하였을 때 중단 기간 동안만 안축장의 증가 속도가 유의하게 커지는 현상을 보고하였다[42]. 또한 한쪽 눈에 각막교정렌즈를, 반대 눈에 RGP렌즈를 6개월 동안 착용한 후 다음 6개월 동안 두눈 렌즈를 바꾸어 착용한 within-subject crossover trial에서도 각막교정렌즈에서 RGP렌즈로 전환했을 때 안축장의 증가 속도가 커지는 현상이 보고된 바 있다[37].
안전성
각막교정렌즈 착용 후 발생한 심각한 합병증에 대한 보고는 상당히 드물다. Li et al [31]이 시행한 메타분석에서는 각막교정렌즈를 착용한 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이상반응(adverse event)이 유의하게 많았다(odds ratio = 8.87).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각막염색으로 이를 포함한 대부분의 합병증은 적절한 치료로 완전히 회복되었다[31]. 이에 반해 무작위대조시험들만을 포함한 Tang et al 3[2의] 메타분석에서는 각막교정렌즈 착용군과 대조군 간에 이상반응 발생의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다. 어떻든 각막교정렌즈를 착용하는 대부분이 어린이임을 감안한다면 각막교정렌즈 착용에 따른 합병증의 종류와 증상은 물론 렌즈의 사용법과 관리 방법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른 콘택트렌즈와 마찬가지로 각막교정렌즈 착용 후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감염성 각막염이다. 한 연구에서는 각막교정렌즈 착용 후 10,000 patient-years당 7.7건의 감염성 각막염이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수면 시 착용하는 다른 콘택트렌즈에서의 발생률과 거의 동일한 수치이다. 하지만 성인에서의 발생률을 거의 0건으로 추정한 반면 어린이에서는 13.9건으로 상대적으로 어린이는 감염성 각막염의 발생에 취약하다고 보고하고 있다[43]. 각막교정렌즈 착용 후 감염성 각막염이 발생한 173예를 분석한 보고에 따르면 감염성 각막염의 발생은 여성에 많고 평균 연령 15.4세, 렌즈 착용 후 초기 2년 이내(평균 19.4개월)에 주로 발생하였다. 69.4%에서 배양검사 양성이며 Pseudomonas aeruginosa (36.4%)와 Acanthamoeba species (32.4%)가 주요 균주로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에서 각막 혼탁이 생기며 약 10%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것은 주지할 만한 사실이다[44]. Jung et al [45]은 국내에서 발생한 감염성 각막염 26례를 보고하였는데, 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각막의 중심부를 침범하며 배양검사 결과 P. aeruginosa와 Serratia marcescens가 주요 균주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여름철 이외에 발생하거나 진단이 지연된 경우, 각막 병변이 클수록 그리고 진단 당시 자동굴절검사 계측이 실패한 경우가 나쁜 시력 예후와 유의한 관련성이 있었다[45].
결 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각막교정렌즈는 근시진행억제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근시진행속도나 각막교정렌즈에 대한 반응은 개인마다 상당한 편차를 보이며, 현재까지 검증된 근시진행억제 효과는 해석하기에 따라 일반인이 생각하는 기대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각막교정렌즈는 국내에서 근시진행억제를 목적으로 의료기기로 승인을 받은 바 없다. 따라서 각막교정렌즈를 적용하는 의사는 기본적으로 각막교정렌즈는 시력보정을 위한 안경의 대체제임을 견지해야 하며 근시진행억제 효과를 과대 포장하지 말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객관적으로 밝혀진 사실만을 전달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각막교정렌즈를 근시진행억제의 방법으로 접근할 때 모든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착용 시작한 나이, 근시 정도, 각막곡률, 유전적 요소 등을 고려해 개개인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감염성 각막염에 취약할 수 있어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며 각막교정렌즈 착용을 중단한 후에는 리바운드 가능성이 있음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Notes
The author has no conflicts to dis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