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케열 낭종(Rathke’s cleft cyst)은 뇌하수체 내에서 생기는 성장성 낭종으로, 발생학적으로 뇌하수체의 전엽과 후엽 사이에 위치하는 라트케낭(Rathke pouch)의 잔여조직에서 유래하며 섬모성 입방세포 또는 원주세포 등으로 둘러싸인 안장내(intrasellar)의 낭종으로 안장위(suprasellar)까지 침범하기도 한다[
1]. 크기는 보통 5 mm를 넘지 않으며 대부분 임상증상이 없으나, 크기가 1 cm 이상이거나 염증성 변화가 있을 경우 두통, 뇌하수체 기능 이상, 매우 드물게 시야장애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2]. 증상이 있을 경우 단순 배액과 낭종 벽의 부분절제술이 시행될 수 있으며, 주로 나비뼈 경유 절제술이 시행된다.
본 저자들은 백내장 수술 후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시력 저하를 보이는 환자에서 드물게 시야 이상을 일으키는 안장 위 라트케열 낭종을 진단하고 조기 수술적 치료로 빠른 호전을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2세 남자 환자가 좌안 백내장 수술 이후 2달 뒤부터 시작된 좌안 시력 저하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양안 백내장 수술 이외에 특이 병력은 없었으며, 좌안 백내장 수술 7병일째 최대교정시력 우안 0.7, 좌안 0.6으로 확인되었으나 점차적으로 좌안 시력 저하가 진행되어 술 후 2개월째 양안 최대교정시력 우안 0.7, 좌안 0.2로 좌안이 교정되지 않는 시력 저하를 보였다.
이학적 검사상 상대구심동공운동장애는 관찰되지 않았고, 이시하라색각검사 결과 우안 17개 중 17개 및 좌안 17개 중 16개를 읽었다. 안압은 우안 12 mmHg, 좌안 11 mmHg로 특별한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세극등 현미경 검사에서 양안 경도의 각막 기질혼탁이 관찰되었으나 이는 백내장 술전부터 보였던 것이었다.
시력 저하의 원인을 찾기 위해 안저촬영 및 망막 빛간섭단층촬영, Humphrey 자동시야검사를 시행하였다(
Fig. 1). 안저촬영 및 빛간섭단층촬영에서 망막은 특이 소견 보이지 않았다. 24-2 Standard 시야검사에서 우안은 검사 신뢰도가 낮았지만 양안의 상이측 부분 시야결손과 중심 암점이 의심되었다.
이에 시력 저하 원인 감별을 위해 신경안과에 의뢰되었다. 중심 암점 증상이 있어 독성 시신경병증과 유전시신경병증 등을 감별하기 위한 문진을 시행하였으며, 약제 복용력 및 메탄올 등의 독성물질 접촉력을 부인하여 독성시신경병증의 가능성이 낮았다. 또한 시력 저하에 대한 가족력을 부인하여 유전시신경병증의 가능성도 낮다고 생각되었다. 대면시야검사상 좌안 중심부터 귀 쪽까지 걸치는 시야 이상이 있어 전시야검사(Full field 120 point visual field)를 시행하였고, 좌안에서 더 저명한 양안의 상이측 부분 시야 결손 소견을 확인하였다. 망막신경섬유층은 이상 소견이 없었으나 신경절세포층 빛간섭단층촬영에서 시야검사 결과에 부합하는 양안 비측의 신경절세포층 두께의 대칭적인 감소를 관찰할 수 있었다(
Fig. 2). 형태 시유발전위 검사에서 P100 지연은 없었으나 양안 모두 진폭 감소가 관찰되었다. 이상의 결과에서 뇌하수체를 압박하는 종양성 병변 의심 하에 안와 자기공명영상을 촬영하였다. 안와 자기공명영상에서 안장 및 안장 위에 위치하고 좌측에 치우쳐 시신경 교차를 누르고 있는 직경 약 21 × 18 × 21 mm의 뇌하수체 종양이 관찰되었다(
Fig. 3). 병변은 경계가 분명하고 고체와 낭성 조직이 섞여 불균일하게 조영되어, 뇌하수체 선종의 낭성 변성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시각 증상이 진행되고 있어 신경외과에서 나비뼈 경유 뇌하수체 종양 제거술을 시행하였으며 조직 병리 검사 결과 라트케열 낭종이 확인되었다. 라트케열 낭종 제거 후 3개월째, 최대교정시력 우안 0.7, 좌안 0.5로 향상되어 유지 중이며 술 후 양안 시야검사 결과 정상소견으로 회복되었다. 다만 신경절세포층 빛간섭단층촬영에서 양안 비측의 신경절세포층 두께 감소는 변화가 없었으며, 환자 뇌하수체기능저하증 소견을 보여 호르몬 치료 중이다.
고 찰
본 증례는 성공적인 백내장 수술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시력 저하를 보이는 환자에서 시야 이상을 통해 뇌하수체 선종을 의심하여 나비뼈 경유 제거술으로 종괴를 제거한 후 라트케열 낭종으로 진단되었던 드문 예이다.
시력 저하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전안부, 망막 등 안구 내 구조적 이상이 없을 때 신경학적 원인을 의심해 볼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뇌졸중, 두부 외상, 감염 그리고 뇌종양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도 뇌하수체 종양을 가진 환자들은 대개 명확하지 않은 시력 이상을 호소하여 진단하기 쉽지 않다. 심지어 안과적 증상이 없다고 진술한 환자의 5-15%에서 시야 이상이 진단되기도 하여, 모호한 시력 저하를 호소하는 환자에서 시야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하수체 종양은 본 증례에서처럼 주로 양안 상이측 부분 시야결손 소견을 보인다. 이는 안장와(pituitary fossa)에서 자라나기 시작한 종양이 안장와의 바로 윗 부분인 시신 교차의 하비측 부분을 먼저 침범하면서 시야 이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종양이 더 자라나면서 시신경 교차를 전부 침범하게 되면, 시야 이상은 상이측 반맹으로 확장된다[
3]. 다만, 본 증례처럼 시신경 교차를 종양이 비대칭적으로 침범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완전한 상이측 반맹은 아주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4]. 시야 이상 외에도 종양이 접형동을 침범하며 3번 뇌신경(동안신경), 4번 뇌신경(활차신경), 6번 뇌신경(외전신경)을 압박해 복시, 사시, 안검하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5].
또한, 뇌하수체 종양은 시신경을 평가하는 다른 검사에서도 특이적 결과를 보인다. 오랫동안 종양이 시신경 교차를 압박하면서 신경절세포층의 축삭이 퇴행을 겪게 되고, 이는 망막신경섬유층의 소실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Cennamo et al [
6]에 따르면, 종양의 크기가 작아 직접적으로 시신경 교차를 압박하지 않는 환자군 중 58%에서 신경절 세포층 및 망막신경섬유층이 얇아진 소견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뇌하수체 종양이 분비하는 혈관증식 단백질 endothelin-1의 작용으로 인한 시신경교차세포 엑손의 국지적 허혈 증상으로 인한 것으로 생각되며[
7], 특히 종양과 가까이 위치한 비측, 이측의 신경절세포층 및 망막신경섬유층 약화를 주로 보인다고 하였다. 본 증례에서도 양안 비측의 신경절 세포층 두께의 대칭적인 감소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증상이 없는 환자에서 뇌하수체 종양의 조기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뇌하수체 종양 중 드물게 발생하는 라트케열 낭종은 뇌하수체의 전구체인 라트케낭이 뇌하수체 전엽, 중간엽으로 분화할 때 완전히 퇴화되지 않은 부분이 낭종으로 남게 되어 발생한다. 대부분 안장내에 존재하며 지름 5 mm를 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8]. 증상을 일으키는 라트케열 낭은 매우 드물며 지름 10 mm 이상이거나 안장위로 병변 확장 소견이 있을 때 증상이 나타나며, 염증, 출혈, 감염이 있을 때에도 소견을 보일 수 있다[
1]. 주된 증상은 두통이며 그 외 뇌하수체기능부전을 동반할 수 있고, 안장 위 침범으로 인해 시신경 교차가 압박될 때 시각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시야 변화는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증상으로 Jeon et al [
2]은 33명의 시각 증상을 보인 라트케열 낭종 환자 중 14명이 시야 이상을 호소하였으며, 1명이 3번 뇌신경 마비 증상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증상을 일으키는 라트케열 낭종에 대해서는 수술적 치료가 진행될 수 있다. 나비뼈 경유 제거술을 보통 시행하며, 시각적 회복도는 문헌에 따라 66-81%로 상당히 높다[
2,
9]. 여기서 시각적 회복도는 종양의 시신경 압박 기간과 관련이 깊다. 그 이유는 종괴에 의한 시신경 압박 및 시력 손상의 기전에 따른다. 일반적으로 시신경 교차에 압박이 일어나게 되면 1주일 내에 시신경에 광범위한 탈수초화가 일어나 신경 전도의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압박에 의해 시신경 축삭이 손상받게 되면 시신경 유두 창백 및 위축 소견이 나타나게 된다. 이 때 수술을 통해 압박을 해소해 주면, 1주일 내에 생리적으로 신경 전도가 회복되며 수주에서 몇 년에 걸쳐 시신경 섬유가 재수초화되며 시력이 회복되게 된다[
10]. 이때 시신경 압박이 오래 진행되어 시신경이 위축된 환자의 경우 재수초화가 더디거나 일부는 영구히 일어나지 않게 된다. 본 증례의 경우 환자가 시력 저하를 보인 지 3개월 만에 나비뼈 경유 뇌하수체 종양 제거술이 이루어져 시야 손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과적 증상이 저명하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진단 시기가 늦춰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Jeon et al [
2]은 연구에서 시력 이상을 동반한 라트케열 낭 환자 중 46.7%가 안과 검사를 받기 전에는 모호한 안구 불편감 외 특이 시각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본 증례에서도 백내장 술 후 2개월 때까지만 해도 시력 저하 외 특이 시야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Lee at al [
11]는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 이후에도 시야 이상이 회복되지 않은 1예를 제시하면서, 환자의 나이, 술전 시야 결손 표준편차(mean difference, MD), 중심시야 결손의 유무가 수술 후 시야 결손 회복도와 연관 있음을 다변수 선형 회귀 분석을 통해 밝혔다. 72세 남자 환자에서, 접형동 경유 절제술 이전 양안 시야 이상 및 좌안 중심시야 결손(MD -13.99 dB)을 보였으며 이후 12개월 동안 추적하였으나 시야 회복이 전혀 없었다. 반면 본 증례에서는 환자 술 전 시야 결손이 MD -2.65 dB로 크지 않아 논문 고찰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자들은 양안의 백내장 수술을 시행 받은 중년의 남자 환자에서 수술 후 갑작스러운 시력 장애와 시야 결손을 보인 뇌하수체 라트케열 낭을 확진한 예를 보고하는 바이다. 이를 통해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두통 등을 동반하는 환자에서 뇌하수체 종양이 그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의심하고 빠른 시야 검사 및 신경안과적 평가를 통해 조기 수술적 처치가 필요함을 상기하고자 한다.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have no conflicts to disclose.
Figure 1.
Humphrey automated visual field test of two months after cataract surgery. In humphrey automated visual field examination, the partial visual field loss in superior temporal quadrants and central scotoma in both eyes was detected.
Figure 2.
Full filled 120 visual field test and ganglion cell layer three months after cataract surgery. (A) In the full field 120 point visual field, partial superior temporal quadrants visual field loss was found in both eyes, being more prominent in left eye. (B) In ganglion cell layer analysis, a symmetric thinning in the thickness of the nasal ganglion cell layer was observed in both eyes, which was consistent with the visual field test.
Figure 3.
Magnetic resonance images. Pituitary mass was shown with cystic and solid lesion on T1 contrast weighted images (red asterisk, yello arrows) (coronal view).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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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Jeon H, Suh HB, Chung W, Choi HY. Ophthalmic manifestations of Rathke's cleft cyst and its association to radiological characteristics. Curr Eye Res 2021;46:12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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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Lee IH, Miller NR, Zan E, et al. Visual defects in patients with pituitary adenomas: the myth of bitemporal hemianopsia. AJR Am J Roentgenol 2015;205:W512-8.
5) Abouaf L, Vighetto A, Lebas M. Neuro-ophthalmologic exploration in non-functioning pituitary adenoma. Ann Endocrinol (Paris) 2015;76: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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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Zhong W, You C, Jiang S, et al. Symptomatic Rathke cleft cyst. J Clin Neurosci 2012;19:5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