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근시의 유병률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2050년이 되면 근시 인구가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되고 -5 디옵터 이상의 근시도 1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1,2]. 이러한 추세에 근거하여 세계보건기구는 근시관련 기초 연구와 역학 연구의 기초를 다지고, 근시 진행 억제 전략을 제공하기 위하여 International Myopia Institute (IMI) consensus group을 2015년에 설립하고 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3,4]. 그 외에도 세계보건기구는 적극적인 예방 지침을 발표하는 등 근시 억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2020년부터 시작된 COVID-19 대유행은 학동기 소아의 실내활동 시간을 늘리면서, 근시의 진행을 더 촉진시켜서 장기적인 눈 건강의 문제를 초래할 것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5-7]. 실제로 근시의 증가는 단순히 굴절교정이 필요한 인구를 늘리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근시가 증가함에 따라서 근시황반변성, 개방각녹내장, 후낭밑백내장, 망막박리 등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들의 유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장기적인 눈 건강 차원에서도 근시 진행의 억제는 최근 중요한 키워드로 인식되고 있다[8-10]. 이러한 최근의 경향에 더하여 검사 장비의 발전이 더해지면서 근시의 진행에 대한 연구도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3]. 이 논문은 최근에 새로운 검사법의 발달과 함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맥락막 두께와 근시 진행과의 관련성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들을 정리함으로써, 현재까지 밝혀진 맥락막 두께가 근시 진행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연구의 해석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안과 검사 장비의 발달이 근시 진행 관련 임상 연구에 미친 영향
기존의 근시 진행 연구는 조절마비굴절검사와 초음파검사를 이용한 안축장 측정의 결과를 이용하여 진행되었는데[11,12], 조절마비굴절검사는 검사 자체의 번거로움에 더하여 콘택트렌즈 착용자의 경우 일정기간 렌즈 착용을 중단한 후에야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다는 한계점이 있었고[12], 초음파검사를 이용한 안축장 측정의 경우 근시 진행 연구가 주로 소아 연령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검사에 대한 협조 문제로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IOLMaster® (Carl Zeiss Meditec AG, Jena, Germany)와 같은 부분결합간섭계(partial coherence interferometry), Lenstar LS900® (Haag-streit, Bern, Switzerland)와 같은 저간섭성반사계(low-coherence reflectometry) 등의 새로운 광학 생체 계측(optical biometry) 장비의 발달은 조절마비 과정이나 렌즈 중단이 필요 없고, 비접촉식으로 수월한 검사를 가능하게 하여 소아 대상자 검사의 수월성을 높여서 관련 연구의 획기적인 증가에 기여하였다[13,14]. 또한, 최근에는 저간섭성반사계, 빛간섭단층촬영(optical-coherence tomography, OCT)의 발달에 힘입어, 기존의 주된 분석 대상이었던 안축장 외에도 망막 뒤쪽에 있는 맥락막 두께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맥락막 두께가 근시 진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15].
맥락막과 맥락막 두께 측정 방법
맥락막은 포도막 층에서 가장 뒤쪽, 가장 큰 부분으로 망막과 공막 사이에 위치하는 혈관이 풍부한 조직으로, 근처 조직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며, 눈의 온도 조절, 흩어진 빛의 흡수, 혈관과 신경의 경로로서의 역할, 포도막공막 배출로(uveoscleral outflow)를 통한 안압 조절 기능 등의 역할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맥락막 두께는 맥락막 혈류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이다[15]. 맥락막은 조직학적으로 다섯 층으로 구분되는데 얇은 브루크막(Bruch’s membrane)으로 망막의 망막색소상피와 구분되고, 중간 세 층은 혈관층으로, 창모세혈관(fenestrated capillary)으로 구성된 맥락막모세혈관, 중간 크기의 혈관으로 구성된 자틀러층(Sattler’s layer), 큰 크기의 혈관으로 구성된 할러층(Haller’s layer), 그리고 마지막 층으로 공막과 구분 짓는 느슨한 결합조직인 맥락막위층(suprachoroidal layer)으로 구분된다[15,16].
광학 생체계측 장비를 이용한 맥락막 두께 측정에 이용되는 두 가지 방식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저간섭성반사계를 이용한 맥락막 두께 측정은 A-scan 프로파일을 이용한 방식으로 분석이 비교적 간단한 장점은 있으나 검사 시 환자의 주시가 중요하고, 광학 경로의 길이를 기하학적 길이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 맥락막이 두꺼워질수록 맥락막공막경계(choroid/sclera interface)의 파형이 잘 구별되지 않아 분석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15]. OCT를 이용한 방법은 기존 OCT 촬영법으로는 깊은 위치의 맥락막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초점을 이동시키는 enhanced depth imaging 기법이나 파장이 더 긴(1,060 nm) 광원을 이용하는 파장가변 빛간섭단층촬영(swept-source optical-coherence tomography, SS-OCT)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차원적인 영상으로 나타나게 되어 위치에 따른 맥락막 두께 분석이 가능하고, 3.9-7 μm 정도의 높은 해상도를 가진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직은 별도의 이미지 분석 과정을 통하여 분석이 이루어져야 해서 번거롭고, 이미지 기울기(image tilt), 이미지 곡률(image curvature), 안구 확대(ocular magnification)의 영향과, 검사자에 의한 영향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단점이 있다(Fig. 1) [15,17]. Guo et al [18]은 Lenstar를 이용한 맥락막 두께 측정은 신뢰성이 떨어져서, 중심와아래 맥락막 두께의 변화가 80 μm 미만인 경우에는 의미있는 변화로 보기 어렵다는 연구결과를 통해 Lenstar를 이용한 연구 결과의 한계를 제시하였다. 반면 SS-OCT를 이용하여 6-14세 사이 아동의 맥락막 두께 측정의 재현성(repeatability)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는, 3D macula scan을 이용했을 때 두 검사 결과의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최소 두께를 13.1 μm로 보고하여 고무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19].
근시 진행 억제 방법에 따른 맥락막 두께의 변화
근시 진행 억제 방법으로는 생활습관 교정부터 환경 조절, 약물, 특수 안경, 특수 콘택트렌즈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2,9,23-26]. 다양한 의학적 이슈들에 대한 메타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는 코크란에서 근시 진행 억제 방법들에 대한 체계적인 리뷰와 네트워크 메타분석을 시행한 가장 최근 보고인 2023년 보고에서, 다양한 근시 진행 억제 방법들 중에서 안축장 증가 억제에 대한 증거의 수준이 중등도 이상으로 평가되었던 방법은 1년 경과관찰에서는 고농도(0.5% 이상), 중간농도(0.1% 이상-0.5% 미만) 아트로핀과 각막교정렌즈(orthokeratology lens) 뿐이었고, 2년 경과관찰에서는 1년 경과관찰의 세 가지에 다초점소프트콘택트렌즈가 추가되었다[27]. 굴절이상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렌즈를 일정기간 중단하지 않으면 판단이 어려운 각막교정렌즈는 분석대상에서 빠져서, 1년 경과관찰에서는 고농도 및 중간농도 아트로핀만이, 2년 경과관찰에서는 고농도 아트로핀만이 중등도 이상의 근거수준을 보였다[27]. 하지만, 고농도 및 중간농도 아트로핀에서는 치료를 중단했을 때 반동(rebound) 현상이 생기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28,29], 각막교정렌즈에서도 아직 확립이 되지는 않았지만 역시 중단 후 반동 현상이 생기는 것이 보고된 바 있고, 이러한 반동 현상의 원인으로 두꺼워졌던 맥락막 두께의 정상화가 제시된 바 있다[22,30].
맥락막의 두께는 일중변동이 알려져 있고, 신체 활동, 수분 섭취, 빛의 강도 및 파장, 조절(accommodation), 탈초점(defocus), 카페인 또는 알코올 등의 기호식품, 다양한 약제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특히 원시성 탈초점(hyperopic defocus)의 경우 수 분내의 빠른 맥락막 두께의 감소를 보이기도 한다[15]. 맥락막 두께는 근시에서 더 얇다고 것이 잘 알려져 있고, 안축장의 길이와 굴절이상의 정도와 관련 있음이 보고되었다[31,32]. 하지만 아직 맥락막 두께에 대한 연구들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표준 연구방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보니 서로 상반된 연구결과들도 많아서, 보다 적절한 연구방법론으로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뢰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근시 진행 억제 방법들에서 맥락막 두께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근시 진행과 맥락막 두께 변화의 관계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보고가 많은 아트로핀의 경우, 중심와아래 맥락막 두께를 약 30 μm 정도까지 증가시키고[33-40], 이와 같은 초기의 맥락막 두께의 변화 정도가 근시 진행 예측요인으로 분석되었다[39,40]. 이러한 아트로핀에 의한 맥락막 두께의 증가 효과는 농도의존적이어서[37,40], 0.01% 아트로핀의 경우 유의한 맥락막 두께 증가가 관찰되지 않음이 대규모 임상연구, 메타연구 등에서 보고되었다[39-41]. 1% atropine을 1주 사용 후 중단했을 때, 그 효과는 7주까지 지속되었다[42].각막교정렌즈를 밤샘 착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중심와 아래 맥락막 두께가 5.5-21.03 μm 증가하였는데[17,35,41,43-47], 특히 할러층의 두께가 증가했다[48]. 각막교정렌즈에서도 초기의 맥락막 두께 변화의 정도가 근시 진행 예측요인으로 분석되었고[22,49], 각막교정렌즈에 의한 근시 교정량이 클수록, compression factor가 높을수록 맥락막 두께의 증가는 커진다는 보고도 있었다[50]. 장기간의 변화를 본 연구에서 맥락막 두께는 6개월-1년 정도까지 증가해 있다가 서서히 감소 경향을 보였다[45,47]. 아트로핀과 각막교정렌즈 밤샘 착용을 같이 했을 때 각각의 방법을 따로 사용했을 때보다 중심와아래 맥락막 두께의 증가가 더 컸다[35,44,51]. MiSight렌즈로 대표되는 다초점소프트콘택트렌즈는 앞선 두 가지 근시 진행 억제 방법과는 달리 맥락막 두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전체적으로는 미미했지만, 근시 진행 억제 효과가 있었던 군과 없었던 군으로 나눠서 비교하였을 때, 근시 진행 억제 효과가 있었던 군에서만 유의한 맥락막 두께 증가가 관찰되었다[52].
맥락막 두께가 근시 진행에 미치는 영향
근시의 정도가 증가하면 맥락막 두께는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32], 이러한 맥락막 두께의 감소가 고도근시와 관련된 망막, 시신경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53]. 근시 진행과 맥락막 두께와의 관계에서 일반적으로 맥락막 두께의 증가는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5]. 아직까지 그 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형태 결핍(form deprivation), 원시성 탈초점이 맥락막 두께의 감소를 유발하여 안축장의 증가에 기여하는데, 아트로핀 등의 근시 진행 억제 방법이 이러한 맥락막 두께 감소를 억제함으로써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34,54,55]. 동물실험을 통하여 맥락막 두께의 변화가 눈의 성장을 좌우할 공막의 기질 생성의 변화와 관계됨이[56], 맥락막 두께가 근시 진행 억제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망막의 도파민 레벨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임이[57], 수술적 또는 약물적으로 인위적으로 맥락막 혈류를 억제하였을 때 근시가 유도됨이[58], 증가된 맥락막 혈류가 공막의 저산소 상태를 줄여서 근시 진행을 억제할 가능성이 보고되었다[16,59].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결과들에 기반하여, 기존의 근시 진행 억제 방법들보다 맥락막 두께를 더 증가시킬 수 있는 반복 저수준 적색광 치료(repeated low-level red-light therapy) 같은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어 임상시험 중이다[60,61].
고찰 및 결론
이 논문에서는 그동안 발표된 근시 진행과 관련된 연구에서 보고된 맥락막 두께의 변화를 정리하여 보았다. 이 과정을 통하여, 아직은 완전히 정립되지는 못했지만, 근시 진행에서 맥락막 두께의 역할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맥락막 두께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진 게 오래되지 않아 연구가 충분치 못하고, 아직 장비 간의 결과 차이도 보고되고 있고, 맥락막 두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할 때 보다 철저한 실험 조건의 표준화가 필요한 상황으로 좀 더 과학적이고 정확한 임상연구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이러한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15].
흥미로운 점은 기존 연구에서 근시 진행 억제 방법에 따른 맥락막 두께 변화의 차이가 관찰되는데, 각막교정렌즈는 광학적 근시 진행 억제 방법으로 생각됨에도 아트로핀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맥락막 두께의 변화를 보여서 다초점소프트렌즈를 이용한 방법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임상에서 보여주는 반동 현상과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기존 치료 중단 후 반동 현상이 보고된 바 있는 고농도 및 중간농도 아트로핀과 각막교정렌즈의 경우 초기에 맥락막 두께가 급격히 증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안축장을 줄여주는 데 기여하여, 근시 진행 억제의 효과를 초기에 과장시켜서 보여줄 가능성을 제시하고, 반대로 치료 중단 후 맥락막 두께가 정상화되면서 초기 반동 현상 또한 과장되어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Fig. 2). 또한, 두 방법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보이는 맥락막 두께의 변화도 흥미로운데 아트로핀의 경우 치료기간 내내 맥락막 두께의 증가가 유지되는 반면, 각막교정렌즈의 경우 1년 정도가 지나면 맥락막 두께가 정상화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이 실제 각막교정렌즈 임상연구에서 3년 이상 착용한 상태에서는 근시 진행 억제 효과의 유의성이 떨어지는 부분과[62], 장기 착용 후 중단하였을 때 임상적으로 반동 현상이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일 가능성으로 고려할 수 있겠다.
정리하자면, 근시 도수가 높아지고 안축장이 길어질수록 맥락막의 두께는 얇아지고,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농도 및 중간농도 아트로핀이나 각막교정렌즈의 경우 치료 초기부터 맥락막 두께의 증가를 동반하는 것이 보고되고 있으며, 동물실험을 통하여 맥락막 두께의 증가가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기전에 대한 규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맥락막은 새로운 근시 진행 억제 방법 개발을 위한 치료 타겟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맥락막 두께의 증가가 이후 근시 진행의 예측요인으로 보고되고 있어, 향후 근시 진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생물표지자(biomarker)로서의 역할도 기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