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각막염은 실명 또는 시력저하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세균, 바이러스, 진균, 가시아메바 등이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초기에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각막기질융해, 각막천공 및 안내염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대부분 유발 선행요인을 동반하는데 안외상 및 안질환 과거력, 안수술, 콘택트렌즈 착용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1,2].
감염각막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균각막염은 연령, 지역별 환경 및 사회 경제적 수준 등의 여러 역학적 요인에 따라 원인균의 분포가 달라지고, 이는 치료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 광범위 항생제가 흔하게 사용되면서 다약제 내성균 감염에 의한 각막염 증례가 늘어나고 있다[3]. 특히 스테노트로포모나스 말토필리아(Stenotrophomonas maltophilia)는 과거에는 면역결핍환자, 전신적으로 쇠약한 환자에 한정된 병원성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광범위 항생제의 사용 증가에 따라 감염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4,5]. 본 논문에서는 기저질환이 없던 48세 남성에서 S. maltophilia가 병인균으로 동정된 증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기저질환 없이 평소 건강하던 48세 남자 환자가 내원 하루 전부터 발생한 좌안 통증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안외상, 안수술 과거력 및 콘택트렌즈 착용력은 없었으며, 내원 당시 최대교정시력 우안 0.8, 좌안 0.4로 양안 모두 교정되지 않았다. 세극등현미경검사상 좌안의 심한 결막충혈과 함께 각막의 국소적인 부종과 3.5 × 4.7 mm 크기의 각막기질궤양이 각막 하부에서 관찰되었다(Fig. 1). 전방내 +3의 염증 세포와 방수흐림이 있었고, 전방축농은 관찰되지 않았다. 동공은 산대되어 있었고, 그 외 다른 검사상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입원 후 시행한 KOH 도말표본에서 음성 결과가 나왔으며, 그람염색상 세균이 동정되지 않아 세균 및 진균배양도 실시하였다. 배양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경험적 치료로 0.5% levofloxacin (Cravit®; Santen, Osaka, Japan), 5% fortified cefazolin, 1.4% fortified tobramycin을 30분 간격으로, Colistin/Erythromycin 안연고(Ecolicin®; Santen)를 하루에 4번씩, 1% atropine 점안액(Atropine sulfate®; Alcon, TX, USA)을 하루에 2번씩 각각 투여하였고, 전신 항생제로 ceftriaxone과 aminoglycoside를 투여하였다.
제3병일째에는 좌안 나안시력이 0.16 (교정불능)으로 감소하였으며, 좌안 결막은 중등도 이상의 충혈을 보이고 있었다. 각막은 중등도의 부종, 약간의 데스메막 주름과 전반적인 미세부종을 보였고, 크기는 3.0 × 3.0 mm로 감소하였다. 전방내 염증세포는 +2로 감소하였다. 배양검사 결과에서 S. maltophilia가 동정되었다. 항생제감수성검사 결과를 참고하여 0.5% levofloxacin에서 0.3% gatifloxacin (Gatiflo®; Samil, Seoul, Korea)으로 교체하여 30분 간격으로 투여하였고, 다른 항생제 점안액은 중지하였다.
제7병일째에는 좌안 나안시력이 0.2 (교정불능)였으며, 각막은 경도의 데스메막 주름과 전반적인 미세부종을 보였고, 크기는 2.5 × 2.5 mm로 감소하였다. 전방내 염증세포는 +1로 감소하였다.
제15병일째에는 좌안 나안시력이 0.8 (교정불능)이었으며, 각막은 아직 경도의 부종을 보였고, 궤양크기는 1.0 × 1.0 mm로 감소하였다. 궤양주위로 신생혈관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전방내 염증세포는 극미량(trace)으로 감소하였다. Gatifloxacin 점안액을 2시간마다 줄여 점안하게 하였다(Fig. 2).
발병 2개월째에는 좌안 나안시력 1.0이었으며, 각막은 약간의 미란과 혼탁이 남아있는 상태로 그 외 다른 합병증은 없어 항생제 점안 간격을 점차 늘려가며 항균치료를 종결하였다.
고 찰
S. maltophilia는 호기성 그람음성 간균(aerobic gram-negative bacillus)으로 1960년에 처음 보고되었으며[6], 1983년부터 Xanthomonas로 분류되었다가 1993년 Stenotrophomonas 속의 유일한 균으로 재분류되어 현재까지 S. maltophilia로 불리고 있다[7]. 병원 내 감염의 중요한 병원체로 장기입원환자, 기계호흡환자, 면역결핍환자, 암환자, 장기간 항생제를 투여한 환자 또는 장기간 도관 삽입 환자 등에서 폐렴 및 균혈증의 형태로 전신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8].
눈에서는 결막염, 각막염, 누낭염, 안와 봉와직염, 안내염 등이 보고되어 있으며[9,10] 복합감염의 형태가 흔하다. 전신 감염이 병원 내 감염인 것과 달리 안감염은 안구표면의 방어기전 손상에 의한 일반감염이 대부분이며, 안구표면손상의 위험인자로 외상 및 수술, 헤르페스각막염, 전층각막이식술, 당뇨병, 수포각막병증, 재발하는 누낭염 등이 알려져 있다[11,12].
광범위 항생제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S. maltophilia의 안구감염 빈도가 크게 늘어났고[4], S. maltophilia 각막염의 증례보고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Cho [13]가 Aspergillus fumigatus와 복합감염된 증례를 처음으로 보고하였고, You et al [12]이 S. maltophilia 각막염 10예를 분석하여 임상양상과 예후를 분석하였는데 이 중 7안이 복합감염이었고, 3안에서 단독 검출되었다. 각막염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8명은 안구표면을 손상시킬만한 유발인자를 갖고 있었으나 나머지 2명에서는 특별한 과거력이 없었다. Noh et al [5]은 광주 전남지역에서 감염각막염으로 진단된 260안을 분석하였는데 S. maltophilia는 총 17안에서 배양되었으며, 이 중 3안은 복합감염이었고, 17안 모두 안구표면을 손상시키는 선행 원인을 갖고 있었다.
본 증례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기저질환 및 안구표면의 방어기전을 손상시키는 유발 요인이 없었던 건강한 40대 남성에서 S. maltophilia가 중복감염 없이 단독으로 배양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전까지 보고된 대부분의 증례와 다르게 특별한 선행요인이나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에서도 S. maltophilia의 검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세균각막염의 치료지침은 각막 찰과표본을 얻어 배양검사 및 항생제감수성검사 결과에 따라 결정되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경험적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하고, 이후 검사 결과 및 임상적 반응 여부에 따라 항생제를 변경하게 된다. 최근 광범위 항생제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다약제 내성균 감염각막염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임상적으로 감염각막염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배양검사를 통해 원인 균주를 정확히 파악하고, 항생제감수성검사를 토대로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감염각막염 치료의 기본임을 숙지할 필요가 있겠다.
S. maltophilia는 항생제 내성률이 높아 치료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동일균 전신감염의 치료에는 trimethoprim-sulfamethoxazole이 일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으나 각막염에서는 71.4%로 높은 내성을 보였고[11], Chen et al [14]은 S. maltophilia 감염각막염 및 공막염 6예를 분석한 결과 모든 환자에서 ciprofloxacin에 감수성을 보여 퀴놀론 항생제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의 퀴놀론 약물들이 개발되면서 moxifloxacin, gatifloxacin이 ciprofloxacin 보다 훨씬 높은 효과를 보여 임상적으로 월등한 유용성을 보였다[15]. 본 증례에서도 항생제감수성검사 결과에 따라 levofloxacin에서 gatifloxacin으로 항생제를 변경하여 좋은 결과를 보였다. 항생제감수성검사 결과는 증례마다 다르게 나타나므로 검사 결과 및 환자의 임상경과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S. maltophilia 감염각막염은 비교적 나쁜 시력 예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You et al [12]은 S. maltophilia 각막염 환자 10예 중 7예에서 안전수동 이하의 시력을 보였으며, Wu et al [16]은 S. maltophilia가 검출된 감염각막염 환자 중 최종 시력을 확인한 20예 중 12예(60%)에서 안전수지 이하의 시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 증례에서는 치료 전 최대교정시력 0.4, 치료과정에서 시력이 0.16까지 낮아진 적도 있었으나 최종시력은 0.8로 회복되었다. 이는 병변이 비교적 각막 하부에 위치하여 병변이 호전됨에 따라 혼탁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시축을 거의 침범하지 않게 되었고, 병변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로 신속하게 치료를 시작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