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내 고혈압(Intracranial hypertension)은 뇌척수압이 증가한 질환으로, 흔한 안과외 증상에는 두통, 박동성 이명이 있다. 안과적으로는 일과성 시력 손실(transient visual obscurations), 복시, 시력저하, 맹점 확장, 시야가림 등을 동반할 수 있으며, 시신경유두부종(papilledema)의 소견을 보인다[1,2]. 뇌척수압의 증가로 다양한 형태의 뇌신경마비가 발생 가능하며, 뇌간의 하측 전위(downward displacement of the brainstem)를 유발하여 추체로와 도렐로관(Dorello’s canal)을 지나는 제육뇌신경이 눌림으로 인해 제육뇌신경마비가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3].
두개내 고혈압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는 두개내 덩어리(mass) 병변, 외상성 뇌 손상, 허혈성 뇌졸중, 비외상성 두개내 출혈, 두개내 감염, 뇌수종, 뇌정맥 손상, 저산소증 및 고탄산혈증, 약물 및 대사, 미만성 뇌부종 등이 있다[1]. 이 중 경막하혈종(subdural hematoma)은 두개내 덩어리로서, 이로 인한 두개내 고혈압은 미세순환 저항을 증가시켜 뇌혈류 감소를 유발하고 뇌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4], 빠른 수술적 치료를 요한다[5].
뇌압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경막하혈종은 오히려 뇌압이 낮은, 즉 두개내 저혈압에서 20-45%의 비율로 발생 가능하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 유발 기전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며, 두개내 저혈압에서 고령, 남자, 심한 두통 재발, 신경학적 결손이 경막하혈종의 발생 위험인자로 작용한다[6].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뇌압이 낮은 상태가 지속되어 경막하혈종이 발생하면서 뇌압 상승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이러한 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다[6]. 저자들은 안과적 소견을 통해 진단한 두개내 고혈압이 오히려 처음에는 두개내 저혈압이었으며 경막하혈종이라는 합병증을 일으켰고, 이 경막하혈종이 다시 두개내 고혈압이라는 합병증을 연속해서 발생시켰던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기저질환으로 고혈압이 있는 29세 남자 환자가 4일 전부터 시작된 양안 복시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2개월 전 두통으로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대뇌와 소뇌 반구의 경막이 두꺼워지고(pachymeningeal thickening), 조영증강이 확인되어 특발성 두개내 저혈압 소견으로 신경외과에 입원하여 경막외 혈액 봉합술(epidural blood patch)을 시행했었다. 당시 호소하는 안과적 증상은 없었으며 퇴원 후에도 두통은 호전되지 않았고, 2개월 뒤 양안 복시가 새로 발생하여 안과로 내원하였다. 내원 시 나안시력은 우안 1.0, 좌안 0.63에 교정시력은 1.0이었고, 상대적 구심동공운동장애와 색각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안저검사에서 우안은 회색의 시신경유두테 소견을 보이는 grade I, 좌안은 시신경유두에서 나가는 1개 이상의 정맥 차폐 소견을 보이는 grade III의 시신경유두부종(Fig. 1A)이 확인되었고, 시야검사에서 좌안의 맹점 확대 소견(Fig. 1B)을 보였다. 프리즘가림검사, 프리즘교대가림검사 및 안구운동에서는 정면 주시 시 원거리 14프리즘디옵터, 근거리 8프리즘디옵터의 내사시 및 우측 주시 시 우안 외전장애가 -1로 확인되어(Fig. 2) 우측 제육뇌신경마비에 합당한 소견을 보였다. 이와 같은 검사 결과들을 바탕으로 두개내 고혈압을 생각할 수 있었고, 치료를 위한 원인 감별을 위해 조속히 신경외과 협진을 시행하였다.
신경외과에서는 두개내 저혈압을 진단받은 환자이므로 우선 입원을 시켜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면서 상태 평가를 위하여 뇌컴퓨터단층촬영(brain computer tomography)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뇌컴퓨터단층촬영에서 최소 2-3주의 시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아급성의 경막하혈종이 확인되었다(Fig. 3). 신경외과에서는 기존 계획을 수정하여 응급으로 천두술(Burr-hole trephination)을 통해 경막하혈종의 배액술(drainage)을 시행하였다. 수술 후 안과적으로 경과 관찰 2개월 후 환자의 내사시와 우측 외직근 제한은 사라졌으며, 지속적으로 호소하던 양안 복시의 증상도 완전 호전되었다. 그러나 시신경유두부종은 초기부터 심했던 좌안의 경우 약 7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완전 호전 소견을 보였다.
고 찰
본 증례의 환자는 두통을 호소하였고, 시력이 정상인 상태에서 시야검사상 좌안의 맹점 확대 소견이 있었으며 제육뇌신경마비로 인한 내사시와 양안 복시가 있었다. 이에 통상적으로 두개내 고혈압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문헌을 고찰해 보면 두개내 저혈압 역시 두개내 고혈압과 유사한 안과적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본 증례의 환자처럼 두개내 저혈압의 기왕력이 있는 경우 특히 먼저 두 질환을 감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우선 두개내 저혈압은 40-50대, 여성에서 호발하며 유병률은 1/50,000 정도로 드물게 발생한다[7]. 두개내 저혈압에서 두개내 뇌척수액의 부피가 감소하고, 감소한 부피만큼 경막밑수종(subdural hygroma)이나 대뇌정맥의 확장이 일어나며, 이로 인해 정맥 팽창이 동반되면서 두통(76-80%)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8-10]. 가장 특징적인 임상 증상은 앉거나 서 있으면 통증이 생기고 누우면 통증이 완화되는 체위성 두통이다[11-13]. 안과적 증상으로는 제육뇌신경마비로 인한 복시, 일과성 시력 손실, 시야흐림, 시야 가림, 광선공포증(photophobia), 안진이 나타날 수 있으며[10], 드물지만 시신경유두부종도 발생한다고 보고된다[14].
신경안과 측면에서 안과 의사에게 더 익숙한 두개내 고혈압은 두통(93%), 일과성 시력 손실, 박동성 이명, 어지럼증, 시력 손실(visual loss), 인지저하, 복시 등을 일으키는데, 이는 두개내 저혈압의 임상양상과 상당 부분 겹친다[2]. 두개내 고혈압 환자에서는 양안 시신경유두부종이 특징적으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2] 두 질환을 구분 짓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하나, 실제 임상에서 증상과 징후만으로 두 질환을 완전히 감별해 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처럼 두 질환의 감별 자체는 안과적으로는 쉽지 않으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영상의학적 검사와 요추 천자 등이 필수적이다. 두개내 저혈압은 요추 천자를 통해 60 mmH2O 이하의 뇌척수압 감소를 확인하거나, 뇌자기공명영상에서 경막하 삼출액 고임(subdural fluid collections), 경막에 국한된 미만성 조영증강(diffuse pachymeningeal enhancement), 정맥 구조물의 울혈(engorgement of venous structures), 뇌의 쳐짐(brain sagging)을 보이는 경우 진단한다[1,10-13]. 두개내 고혈압 역시 요추 천자로 뇌척수압 증가를 확인하거나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두개내압 상승을 유발하는 기질적 병변을 확인하여 진단한다.
따라서 본 증례의 환자에서도 2개월 전 특발성 두개내 저혈압 기왕력을 고려하여 시신경유두부종과 제육뇌신경마비가 두개내 저혈압으로 인한 것인지에 대하여 먼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영상의학적 검사에서 최소 2-3주가 지난 경막하혈종이 확인되어, 특발성 두개내 저혈압 기왕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발생한 두개내 고혈압으로 인하여 시신경유두부종과 제육뇌신경마비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환자는 2개월 전 두통으로 인해 시행한 영상의학적 검사에서 경막하혈종은 보이지 않았고, 두개내 저혈압으로 경막외 혈액봉합술을 시행한 후에 지속적으로 외래 통원 치료 중이었다. 그러나 해당 기간 동안 다른 두부 외상의 병력 없이 지속적으로 두통을 호소했고, 추가적으로 양안 복시가 동반되어 추가적 평가가 불가피하였다. 이후 영상의학적 검사에서 아급성 또는 만성 형태의 경막하혈종이 확인되어, 선행질환인 두개내 저혈압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볼 수 있었다. 두개내 저혈압에서는 뇌척수압 감소에 의한 뇌 하강(brain descent)으로 경막경계세포층(border cell layer of the dura mater) 연결정맥이 파열되어 경막하혈종이 발생하는 기전이 이미 정립되어 있으므로, 이 기전으로 발생한 경막하혈종이 뇌압 상승을 유발하여, 순차적으로 두개내압 상승을 동반한 시신경유두부종과 제육뇌신경마비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었다[6,12].
저자들이 확인한 바로는 두통을 동반한 두개내 고혈압으로 입원한 환자에서 뇌척수압을 감소시킨 후 발생한 두개내 저혈압에서 기존 두통이 지속된 증례는 있으나, 이와 반대로 본 증례와 같이 두개내 저혈압 환자에서 두통이 지속되며 두개내 고혈압으로 진행한 상황은 아직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15].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양안 복시를 첫 안과적 주소로 내원한 환자에서 시신경유두부종과 제육뇌신경마비 소견을 통해 두개내 압력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었고, 추가적인 영상의학 증거 수집과 문헌 고찰의 결과 두개내 고혈압으로 진단된 환자의 선행 원인이 두개내 저혈압이었으며 경막하혈종이 두 질환을 잇는 중간 단계로 작용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