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에서 사용되는 점안 약제들은 처음에는 약제 효과에 의해 임상양상이 호전되는 것을 보이나, 지속적으로 사용시 약제독성에 의해 임상 소견을 판단하는 데 혼동을 준다[1,2]. 따라서 진료 경과 중 기저질환의 악화인지, 약제에 의한 독성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고, 약제에 의한 알레르기나 독성반응은 약제를 사용하는 기간이나 농도, 빈도 등에 따라 매우 심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1].
외래 진료 중 빈번하게 볼 수 있는 단순포진바이러스각막염 중 각막중심부에 오는 수지상 상피각막염은 대개 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일정 기간 앓은 후 낫는 경우가 많고, 점안 항바이러스제에 잘 반응하여 각막에 발병하였을 시점부터 완치까지의 기간은 길지 않다[2,3]. 반면, 주변각막부에 오는 수지상각막염이나 비전형적인 단순포진바이러스 상피각막염은 중심부에 올 때보다 치료 기간이 길고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2,3].
헤르페스각막염치료에 쓰였던 약제는 idoxuridine, vidarabine, trifluridine, acyclovir, ganciclovir, 그리고 bromovinyldeoxyuridine 등이 있으며, 현재 점안 약제로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약제는 trifluridine, acyclovir, 그리고 ganciclovir이다[2]. 이 약제들 중 acyclovir와 ganciclovir는 바이러스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정상세포에는 독성이 덜하다고 알려져 있는 반면, trifluridine은 정상세포에도 작용하여 약제독성이 나타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2,4,5].
저자들은 단순포진바이러스각막염으로 진단하에 항바이러스 점안제를 사용한 후 약제독성에 의한 각결막염 및 접촉성 피부염을 나타낸 6안의 다양한 증례들을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항바이러스제 점안치료에 의한 안독성에 관한 증례군, 특히 trifluridine 안독성은 해외 문헌에 보고되어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문헌에는 보고된 적이 없다. 본 논문은 24개월간의 장기간 동안 외래에서 치료받았던 단순포진 상피각막염 환자 중 안독성이 관찰된 증례 보고로서 안독성의 양상, 빈도, 원인이 되는 항바이러스제의 종류를 파악할 수 있어 향후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증 례
본 증례보고는 본원의 임상연구윤리위원회(IRB)에 의해 승인되었다(VC20RISI0106). 2018년 7월 1일부터 2020년 6월 10일까지 본원 안과에서 단순포진바이러스에 의한 상피각막염치료를 위해 국소 항바이러스제를 점안한 환자 중 안독성을 보인 환자들에 대한 증례보고이다. 단순포진바이러스에 의한 상피각막염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들 중, 치료를 위해 항바이러스 점안을 시작한 후 한 달 이상 상피각막염의 느린 회복이나 악화가 지속되면서 독성 각결막염 및 접촉성 피부염을 보인 환자를 안독성을 나타낸 환자로 기준하여 그 임상 소견 및 경과 관찰을 보고하는 바이다. 전체 24개월간의 외래 경과 관찰 중 단순포진바이러스에 의한 상피각막염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는 47명이었고, 그중 23명은 3% acyclovir (Herpecid®, Samil Pharm., Seoul, Korea)를, 10명은 0.15% ganciclovir (Virgan®, Thea, Clermont-Ferrand, France)를 그리고 14명은 1% trifluridine (Ocufridine®, Samil Pharm., Seoul, Korea)을 점안하였다. 전체 47명의 환자에서 3% acyclovir를 사용한 23명 중 1명(4.34%)이, 1% trfluridine을 사용한 전체 14명의 환자 중 5명(35.71%)이 안독성을 보였다. Table 1에 항바이러스 점안치료 후 안독성을 보인 6명에 대한 기본 정보 및 경과가 요약되어 있으며, 그 6명의 환자에서 지연된 치료 경과가 보였다. 이 중 1% trifluridine을 사용했던 증례 1과 증례 2, 그리고 3% acyclovir를 사용했던 증례 6번 환자의 안과적 소견과 임상 경과는 다음과 같다.
1번 증례
40세 여자 환자가 수년 전 망막분지정맥폐쇄가 있어 외래 경과 관찰 중이었으며, 약 2개월 전부터 우측 안검 주변 수포 및 발적 소견을 보여, 경구 항바이러스제와 1% trifluridine 점안약을 하루 4회 사용하였다. 그러나 치료 중 호전과 악화가 지속적으로 반복되었으며, 다시 우측 상, 하안검의 피부 수포가 관찰되고 지속적인 1% trifluridine의 국소 점안 및 acyclovir 800 mg 하루 5회, famciclovir 750 mg 하루 1회 경구투여에도 호전되지 않는 임상양상을 보였다. 우안 및 좌안의 교정시력은 0.8/1.0, 안압은 15/13 mmHg였으며 세극등현미경검사에서 심한 여포결막염 및 부종, 표재성 각막염, 우측 안검의 심한 발적, 경화, 수포와 각질이 관찰되었다(Fig. 1A, B). 약제독성이 의심되어 2개월 동안 써왔던 1% trifluridine과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즉시 중단하고, 경구 항히스타민제와 경구 스테로이드 및 스테로이드 피부 연고를 사용하였다. 환자는 1% trifluridine에 의한 안독성으로 진단된 후 2주에 걸쳐 점차 회복되었다.
2번 증례
37세 남자 환자가 1개월 전부터 시작된 좌안의 충혈 및 시력저하를 주소로 단순포진바이러스각막염 의심하에 경구 및 국소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였으나, 약물 용량에 따라 증상 완화 및 악화가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환자는 1개월 동안 1% trifluridine 점안약(1일 4회) 및 1.5% levofloxacin 점안약을 사용하였고 경구 acyclovir 200 mg, 하루 5회를 최근 2주간 복용하였다. 우안 및 좌안 교정시력 0.8/1.0, 안압 10/13 mmHg였다. 세극등현미경검사에서 각막하부에 각막상피의 불규칙한 혼탁을 보였고(Fig. 1C), 중증도 여포결막염 및 충혈, 각막혼탁 주변의 표재성 각막염이 관찰되었으며, 안검의 경화 및 각질화가 관찰되었다(Fig. 1D, E). 약제독성이 의심되어 1개월 동안 사용하였던 약제를 전부 중단하고, 경구 스테로이드와 경구 항히스타민제로 치료한 후 1주일 만에 기존 수지상각막염을 앓았던 부위에 남은 혼탁 외 각결막 및 안검은 회복을 보였다.
고 찰
단순포진바이러스에 의한 상피각막염은 대개 특별한 치료 없이 나을 수 있지만, 항바이러스제를 적절한 시기에 사용하면 신속한 치료에 도움이 된다[2,6]. 정상 면역을 가진 사람의 경우 상피각막염 치료 시 항바이러스제 사용 후 2주 이상 치료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는 드물다[2]. 일반적으로 항바이러스제는 10일에서 14일 정도 지속되고, 사용한 지 5일에서 7일 후부터는 항바이러스제의 빈도를 줄여서 사용하게 된다[2,3]. 2주 이상 항바이러스제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낫지 않는 상피각막염의 세극등현미경 양상이 수지상 모양을 보이기는 하지만, 궤양성 병변이 아니라면 이 병변은 바이러스가 없는, 즉 이미 치료가 되었으나 비정상적인 상피를 보이는 단순포진바이러스 수지상 각막상피증으로 보아야 한다[2]. 많은 경우 병변의 악화나 불충분한 치료로 오인이 되어 지속적으로 항바이러스 약제를 연장해서 점안하게 되며, 또 다른 약제를 추가 사용하게 되어 독성 각결막염으로 진행하게 된다. 본 증례의 환자들도 경과 도중 이러한 수지상 각막상피병증을 보였다.
반면 2주 이상의 치료 후 궤양성 상피병변을 보이면서, 궤양의 모양이 수지상이 아닌 주변이 매우 매끈한 경계를 보이는 경우에는 신경영양 각막염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2]. 또한 오랫동안 상피병변이 낫지 않는 경우 trifluridine의 약제 내성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면역이 저하된 환자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단순포진바이러스 상피각막염에서 trifluridine에 대한 내성은 매우 드물다[7,8].
현재 안과에서 단순포진바이러스각막염에 사용되는 주된 점안약제로는 1% trifluridine, 3% acyclovir, 0.15% ganciclovir 등이 있다[2,6]. Trifluridine은 항암제로 개발되었으나 후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된 약제로서 단순포진바이러스에 의한 상피각막염에 매우 효과적으로, 단순포진바이러스치료에 있어 1차 선택 약제로 사용되어 왔다[2,3,6]. 작용기전은 thymidine analogue로 바이러스 핵산에 병합이 되어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만들어 냄으로써 바이러스의 증식을 방해하는 것이며, 이는 바이러스만 아니라 정상 각막세포에도 같이 병합이 되어 각막세포에 독성을 나타내기 쉽다[5,9-12]. 알려진 독성으로는 표재성 상피각막염, 눈물점 수축 및 폐쇄, 여포결막염, 국소화된 접촉 피부염 등이 있다[1,2,12]. 반면, acyclovir와 ganciclovir는 바이러스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정상 세포에는 독성이 적으며[1,2,5],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의해 활성화되고 정상적인 각막세포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아 독성이 덜 나타나게 된다.
본 증례에서도 3% acyclovir를 사용하였던 환자가 보인 독성 각결막염은 trifluridine에 의한 다른 증례보다 임상적으로 더 경한 양상을 보였다. 증례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trifluridine을 사용한 14명 중 5명(35.7%)이 지연된 치유와 더불어 독성반응을 보였다. 사용되었던 1% trifluridine 안약에는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내는 주성분 이외에도 보존제인 benzalkonium chloride 성분(0.01%) 등 다양한 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장기간 사용하는 상품화된 다른 안약제에도 포함된 낮은 농도이며 본 논문의 관찰 기간 동안 단 한 명의 독성반응도 나오지 않았던 0.15% ganciclovir에서도 0.007%의 비슷한 농도로 포함되어 있어 benzalkonium chloride는 의미 있는 각결막 독성을 나타내지는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1,13]. 본 논문의 증례 1과 증례 2의 환자에서는 1% trifluridine 장기간 사용시 각결막염 이외에 접촉성 피부염도 확인되었다.
본 증례의 6명 환자에서 전체 치료 기간, 즉 단순포진바이러스각막염의 치료를 위해 항바이러스를 점안하던 중 독성 각결막염으로 추가 진단된 후 최종적으로 각막이 호전을 보일 때까지 소요된 기간(6.0 ± 1.8주)이 길어졌다. 그 이유는 바이러스 없이, 비정상적인 상피만을 보이는 치료된 상태인 단순포진바이러스 수지상 각막상피병증을 치유가 안 된 병변으로 간주하여 지속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점안하였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로 인한 약제독성에 대한 치료를 시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본 연구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항바이러스제를 점안하며 경과 관찰할 경우에는 단순포진바이러스 상피각막염의 경과가 나아지기 시작하면, 빠른 판단하에 약제 용량이나 횟수를 줄여가며 면밀한 관찰을 하여야 독성 각결막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