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는 수술 중 출혈 위험도를 높이나 무분별한 사용 중단은 혈전색전증의 위험도를 높이므로 수술 전 복용 여부 및 중단 여부에 대한 중요도가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양파 또는 마늘과 같은 파속 식물(allium genus)은 혈소판 기능을 억제하여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음이 밝혀져 환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임에도 아직까지 수술 전후, 위 식품들에 대한 복용 지침이 정해지지 않고 중요도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저자들은 기저질환, 복용하고 있는 약 및 과거 출혈성 경향이 없음에도 장기간 양파즙을 복용한 환자에서 안과 수술 중 발생한 출혈성 경향 증례 2예를 경험하여 이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증례 1
56세 남자 환자가 2년 전부터 눈꺼풀이 처지는 증상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눈꺼풀각막반사간거리(marginal reflex distance1, MRD1)는 양안 1.5 mm, 눈꺼풀올림근 기능은 우안 10 mm, 좌안 11 mm로 양안 안검하수 진단하 눈꺼풀 올림근 건막전진술로 치료하였다. 수술 중 지혈되지 않는 지속적인 출혈 및 양상안검 부종이 발생하였으며 평소 술자의 눈꺼풀올림근 건막전진술 수술에 비해 2배 가까이 시간이 소요되었다(Fig. 1A). 수술에 앞서 시행한 병력청취에서 고혈압, 당뇨를 포함한 기저질환 및 복용 중인 약물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환자의 과거 외상력, 수술력, 수혈 경험 및 유의한 가족력은 없었으며, 이전 치아 발치 또는 내시경 시술 등에서 출혈성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 수술 후 출혈 원인 감별을 위해 혈액종양내과 협진을 통해 시행한 신체 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으며 전혈구검사에서 정상 혈소판 수치는 270,000/μL (정상: 150,000-450,000/μL), 혈액응고검사에서 출혈 시간(bleeding time, BT)은 1분 30초(정상: 1-5분), 프로트롬빈 시간(prothrombin time, PT)은 11.7초(정상: 10.3-13.2초), 활성화 부분트롬보플라스틴 시간(activated partial thromboplastin time, aPTT)은 32.0초(정상: 27.0-42.0초)로 모두 정상 수치로 확인되었으나 추가적인 병력청취를 통해 6개월 이상 양파즙을 복용한 병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속적인 출혈 소견이 보이지 않아 보존적 치료를 유지하며 수술 1주일 후 외래를 통해 경과 관찰하였다. 양상 안검 부종 및 멍은 호전되었으며 눈꺼풀각막반사간거리는 양안 4 mm였으며 재출혈 및 합병증 발생은 보이지 않았다. 수술 1개월 후 양상안검 부종 및 혈종 소견이 보이지 않았으며 눈꺼풀각막반사간거리는 양안 3.5 mm로 대칭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Fig. 1B).
증례 2
10년 전 좌안 원발개방각녹내장으로 진단 받은 65세 남자가 좌안 고안압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최대교정시력은 우안 1.0, 좌안 1.0이었으며 골드만압평안압계로 측정한 안압은 우안 14 mm, 좌안 29 mmHg였다. 최대약물치료(Cosopt®, Merck & CO., Whitehouse station, NJ, USA; Alphagan® -P, Allergan, Irvine, CA, USA; Xalatan®, Pfizer, Gladstone, NJ, USA) 시행에도 불구하고 안압이 조절되지 않아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하였다. 수술에 앞서 시행한 병력청취에서 고혈압, 당뇨를 포함한 기저질환 및 복용 중인 약물이 없으며 외상력, 수혈 경험 및 유의한 가족력이 없음을 확인하였다. 이전 치아 발치 또는 내시경 시술 등에서 출혈성 경향을 보인 병력은 없었다. 수술 전 시행한 전혈구검사에서 정상 혈소판 수치는 210,000/μL (정상: 150,000-450,000/μL)로 특이 소견이 보이지 않았으며, 혈액응고검사에서 출혈 시간(bleeding time, BT)은 1분 30초(정상: 1-5분), 프로트롬빈 시간(prothrombin time, PT)은 11.3초(정상: 10.3-13.2초), 활성화 부분트롬보플라스틴 시간(activated partial thromboplastin time, aPTT)은 35.7초(정상: 27.0-42.0초)로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 섬유주절제술 수술 중 지혈되지 않는 출혈이 발생하였고 수술 1주일 후에도 광범위한 결막하출혈 소견을 보여 재시행한 병력청취에서 첫 번째 증례와 동일하게 6개월 이상 양파즙을 복용한 병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2A). 수술 후 양파즙 복용을 중단하며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였고, 재출혈 및 합병증 소견이 보이지 않아 외래에서 경과 관찰하였다. 수술 1개월 후 방수누출 없이 여과포 융기 형성이 잘 관찰되었고 안압은 안압하강제 사용 없이 7 mmHg였다. 수술 후 발생한 결막하출혈은 호전되었으며 이후 재출혈 및 합병증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Fig. 2B).
고 찰
지혈 과정은 혈관, 혈소판, 응고인자 및 상응하는 억제 작용의 조절로 일어나는 일련의 복잡한 과정으로, 혈관 손상에 의해 출혈이 발생하면 혈관 수축에 이어 혈소판 부착 및 응집으로 인한 혈소판 마개(platelet plug)의 형성(1차 지혈 과정)과 조직인자(tissue factor)의 발현 및 내인성 경로(intrinsic pathway)와 외인성 경로(extrinsic pathway)로 인한 혈액응고인자의 활성화로 인한 섬유소(fibrin)의 형성(2차 지혈 과정)이 일어난다[1-3].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는 각각 1차 지혈 과정과 2차 지혈 과정을 억제하여 수술 중 출혈 위험도를 높이고 술자의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야기하나 무분별한 사용 중단은 혈전색전증의 위험도를 높이므로 수술 전 복용 여부 및 중단 여부에 대한 중요도가 널리 알려져 있다[4]. 반면, 양파 또는 마늘과 같은 파속 식물(allium genus)은 혈소판 기능을 억제하여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음이 밝혀져 있고[5,6], 환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식품임에도 아직까지 수술 전후, 위 식품들에 대한 복용 지침이 정해지지 않고 중요도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양파와 마늘과 같은 파속 식물(allium genus)에 포함되어 있는 황화합물(Sulfur-containing compound)은 혈압을 낮추고 혈액 내 지질의 농도를 낮춰 혈액응고 과정 및 동맥경화증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 또한 프로스타사이클린, 인도메타신과 같은 물질에 비가역적으로 작용하여 혈소판 작용 기전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7]. 또 다른 기전으로는 식물 속 알리신(allicin)이라는 성분에 의해 트롬복산(thromboxane)과 아데노신(adenosine)의 생성 및 분비가 억제되어 혈액응고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여겨지나 아직까지 정확한 기전은 불명확하다[7]. Ali et al [8]은 흰 쥐(rat)를 대상으로 양파와 마늘 추출물을 주입한 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트롬복산의 농도가 감소하였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역학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양파와 같은 파속 식물의 혈액응고 과정에 미치는 정확한 기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 모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증례들에서 발생한 수술 중 과도한 출혈의 발생 기전은 명확하지는 않으나, 장기간 양파즙을 복용함으로써 혈소판 기능의 억제로 발생하였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양파즙이 지혈 과정에 미친 객관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데 제한점이 있다. 최근 Platelet Function Analyzer-100 (PFA®-100; Dade Behring Marburg, Duisburg, Germany)을 이용하여 혈소판의 기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출혈성 질환의 일차 선별 검사로 사용되고 있다[9]. 본 증례에서 모두 유의한 과거력이나 출혈성 경향을 보이지 않았으며, 정상 혈소판 수치 및 출혈 시간을 보인다는 점에서 Platelet Function Analyzer를 통해 혈소판 부착과 응집 정도의 측정을 하였다면 양파즙이 일차 지혈 과정에 미친 객관적인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양파나 마늘과 같은 파속 식물을 복용하는 환자군에서의 출혈은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합병증으로 볼 수 있고[6,7], 특히 치료 전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복용한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위험성이 더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함에 있어 환자에게 현재 복용 중인 식품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며 위와 같은 출혈이 발생할 수 있음이 반드시 설명되어야 하겠다. 또한 위와 같은 출혈이 발생하는 환자군에서 기존 식품 복용을 중단하는 것만으로 자연적인 호전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병력청취를 통해 출혈을 유발할 수 있는 식품들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