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을 동반한 안구운동장애 환자에서 임상소견과 검사를 통해 명확한 원인을 알아내는 것은 적절한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1-3]. 톨로사-헌트증후군(Tolosa-Hunt syndrome)은 통증을 동반한 안구운동장애 중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다. 톨로사-헌트증후군은 임상소견과 뇌영상소견을 바탕으로 다른 통증을 동반한 안구운동질환을 감별하여 최종진단을 할 수 있다[1,4-6]. 그러나, 경우에 따라 초기 검사 소견만으로 이러한 감별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저자들은 눈통증과 두통을 동반한 가돌림신경마비(abducens nerve palsy) 환자에서 처음에 톨로사-헌트 증후군으로 생각하였으나 임상경과와 추적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를 통해 해면정맥굴 수막종(cavernous sinus meningioma)으로 최종 진단하였던 경우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영남대학교 병원의 임상연구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을 받았으며(승인 번호: 2023-04-033), 헬싱키 선언(Declaration of Helsinki)을 준수하였다.
증 례
59세 여자가 20일 전 갑자기 발생한 수평복시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증상의 일중변화는 없었다. 고혈압으로 약물복용 중이었고, 그 외 감염질환, 자가면역질환, 외상, 약물 복용, 눈 수술 등의 과거력은 없었다. 눈 통증이나 두통은 없었다. 타 의료기관에서 조영증강 없이 시행한 뇌 MRI에서는 planum sellae에 수막종을 보였고, 그 외 해면정맥굴에 특이소견은 없었다. 초진 시 최대교정 시력은 양안 1.0이었다. 눈꺼풀과 동공반응검사에서 이상소견은 없었다. 안구운동검사에서 원거리 주시에서 10 prism diopters (PD) 내사시와 근거리 주시에서 정위를 보였고, 두 눈의 명확한 가쪽 운동장애는 없었다. 원인감별을 위해 혈청 항아세틸콜린수용체항체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시행하였고 모두 정상범위를 보였다. 1주일 뒤 환자는 복시가 심해졌고, 안구운동소견도 원거리와 근거리 주시 모두 16 PD 내사시로 악화되었다. 경구용 프레드니솔론(solondo) 30 mg을 처방하였고, 이 후 환자의 복시 증상과 안구운동소견은 6 PD로 호전되었다. 이후 스테로이드를 감량하며 경과관찰을 하였다.
2개월 뒤 환자는 1주일 전부터 갑자기 복시가 악화되었고, 이전에 없던 좌안의 눈 통증, 충혈, 그리고 눈 주위 두통이 발생하였다고 내원하였다. 안구운동검사에서 25 PD 내사시와 좌안의 -4 가쪽운동장애가 생겼다(Fig. 1). 안압은 골드만압평안압계로 측정 시 좌안 20 mmHg였고 이명 증상은 없었다. 조영증강한 뇌 MRI를 다시 시행하였고, 좌측 해면정맥굴이 조영 증강과 비후 소견을 보였다(Fig. 2). 두통을 동반한 좌안의 가돌림신경마비와 영상검사에서 해면정맥굴의 조영증강과 비후 소견을 바탕으로 톨로사-헌트증후군으로 판단하고, 스테로이드 정맥주사치료(methylprednisolone 250 mg, 4 times/day, 3 days)를 시행하였다. 치료 후 환자의 복시와 두통 증상은 빠른 호전을 보였다. 그러나, 환자의 복시와 두통은 경구 스테로이드 감량에 따라 2달 뒤 재발되었다. 이후 용량에 따라서 6개월의 경과관찰 동안 안구운동소견과 두통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였다. MRI 추적 검사상 좌측 해면정맥굴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Fig. 3). 안구운동소견은 정면 주시에서 45 PD 내사시로 진행된 이 후 변화가 없었다. 임상소견과 경과관찰 동안 큰 차이가 없는 MRI 소견을 바탕으로 톨로사-헌트증후군보다는 해면정맥굴 수막종으로 판단되었다. 신경외과에서 이에 대한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를 권유하였으나, 환자가 거부하여 이를 시행할 수는 없었다. 이후 경과관찰에서도 내사시는 변화가 없어서 좌안의 내직근후전술 및 상직근 전위와 후봉합술을 시행하였다. 첫 사시 수술 후 6개월 뒤 좌안의 하직근 전위와 후봉할술을 추가로 시행하였다. 두 번째 사시 수 술 후 1년 10개월의 경과관찰에서 6 PD의 내사시를 보였다. 신경외과에서 수막종에 대한 정위방사선수술(stereotactic radiosurgery)을 시행하였다. 방사선수술 후에도 안구운동 소견은 큰 차이가 없었다.
고 찰
이 증례는 눈 통증과 두통을 동반한 가돌림신경마비 환자에서 톨로사-헌트증후군으로 생각하고 치료를 시행하였으나, 추적 MRI 검사를 통해 해면정맥굴 수막종으로 최종 진단하였던 경우이다.
톨로사-헌트증후군은 해면정맥굴, 위눈확틈새(superior orbital fissure), 눈확꼭지(orbital apex)의 육아종성 염증에 의한 통증을 동반한 눈운동장애이다[6,7]. 안와통증과 안구운동장애가 있던 환자의 부검을 통해 해면정맥굴 내의 육아종성 염증 조직을 발견하였고, 이후 스테로이드의 빠른 반응을 통해 진단 기준(criteria)이 제시되었다[6]. 최신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6].
A. 진단기준 C를 만족하는 편측 두통.
B. 다음 두 가지 모두: (1) MRI나 조직검사에서 확인되는 해면정맥굴, 위눈확틈새, 또는 안와의 육아종성 염증, (2)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동측 제3번, 4번 그리고/또는 6번 뇌신경마비.
C. 다음의 두 가지가 원인결과 관계로 입증: (1) 두통은 제3번, 4번 그리고/또는 6번 뇌신경마비와 동시 또는 2주 이내에 먼저 발생, (2) 두통은 동측의 눈썹이나 눈 주위에 발생. 질환의 정확한 발생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으며, 통증을 동반한 안구운동장애를 유발하는 다른 질환들이 제외되었을 때 진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영상검사의 발전으로 이전보다 진단에서 큰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8].
톨로사-헌트증후군은 조영 증강한 MRI에서 해면정맥굴의 비대칭적인 크기와 비정상적인 조영증강을 보인다[6,8]. MRI 검사는 특이성(specificity)이 낮은 한계가 있다. MRI에서 해면정맥굴의 조영증강은 톨로사-헌트증후군뿐만 아니라 수막종, 림프종(lymphoma), 사코이드증(sarcoidosis)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영상검사뿐만 아니라 혈액검사, 임상소견과 그 경과를 통해 톨로사-헌트증후군의 진단에서 다른 질환들과 주의 깊은 감별이 필요하다[1,6]. 경우에 따라 이러한 감별진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수막종은 해면정맥굴에 발생하는 가장 흔한 종양이며, 대부분 천천히 진행한다[9]. 해면정맥굴은 주위로 시신경, 내부에 안구운동이나 안검과 관련된 다양한 신경이 지나간다[1,10]. 이러한 해부 특징으로 해면정맥굴에서 수막종의 발생 위치에 따라서 안구운동장애, 두통등 톨로사-헌트증후군과 유사한 임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11]. 이 증례의 환자는 스테로이드 치료에 안구운동소견의 호전과 악화를 보였다. 이전의 연구를 보면 24명의 임상증상이 있었던 수막종 환자에서 6주간 스테로이드 치료 결과 78.6% (22/28)에서 호전을 보였고, 스테로이드 중단 후 6번 신경마비 환자 3명에서는 재발이 나타났다[9]. 수막종 환자 중 약 2/3에서 관련 증상이 스테로이드에 치료에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환자들이 영상검사 결과에 따라 초기에 톨로사-헌트증후군으로 진단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증례에서도 초기에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기본 혈액검사, 적혈구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C-반응성 단백시험(C-reactive protein),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등의 검사를 시행하였으나 모두 정상 범위의 결과를 보였다. 조직검사를 시행할 수는 없었으나 추적 MRI 검사에서 해면정맥굴의 비대 소견과 임상소견의 차이가 없어 톨로사-헌트증후군보다는 해면정맥굴 수막종에 합당하다고 진단하였다. 이후 경과관찰에서 내사시는 호전이 없어 사시 교정술을 시행하였다. 이와 같이 뇌영상검사소견과 임상증상만으로 해면정맥굴 수막종과 톨로사-헌트증후군의 감별진단이 어려운 경우 스테로이드 치료 전후 영상에서 해면정맥굴 병변의 크기 변화를 보는 방법도 제시되었다[12]. 그러나, 다른 양성과 악성 병변에서도 스테로이드에 의해 임상증상과 영상소견의 호전은 나타날 수 있어, 이 역시 한계가 있다[12]. 영상검사와 임상소견을 통해 톨로사-헌트 증후군으로 생각되고, 스테로이드에 반응을 보인 경우라도 정확한 진단을 위해 안과의사를 통한 임상 소견에 대해 경과관찰이 필요할 것이다[7,12,13].
본 증례의 경우처럼 해면정맥굴 수막종에 의한 가돌림신경마비가 두통을 동반하여 발생할 수 있다. 임상소견과 뇌영상검사 결과에 따라 톨로사-헌트증후군과 감별이 어려울 수 있어 주의 깊은 경과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